한국 토종기업 <뤼이드> 장영준 대표의 100조 기업 포부

 

 

2천억원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끝까지 지원 약속

 

 

 

“제 노력이 세상의 단 한 구석의 풍경이라도 바꾸는 게 꿈이었어요. 스타벅스에서 모두가 토익 문제집을 푸는 모습, 이제 조금은 바뀌는 것 같지 않나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장영준(35) 뤼이드(Riiid)대표는 최근 “투자 유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리느라 잠을 못 잤다”면서 “이젠 어떻게 가치를 최고로 만들어낼지 책임감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손 회장이 요청해 열린 경영 설명회에서 “뤼이드를 100조원 가치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 회장은 “당신은 나의 친구다.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직원 150명 규모 순수 토종 기업이 2000억원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맨땅에 헤딩’도 서슴지 않았던 장 대표 특유의 배짱과 무모함이 있었다.
 

한양대 04학번으로 입학한 장 대표는 1학기가 끝나고 곧바로 입대했다.
 

‘‘한국은 좁다, 넓은 세계로 나가고싶다’는 막연한 포부로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던 장 대표는  목표 의식이 생겨 전역 후 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장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이때부터 본격 시작됐다. UC버클리 편입을 위한 칼리지를 다니면서 학점을 따고, 각종 리더십 프로그램에 학생회 선거도 나가고, 전국구 비즈니스 연합 클럽에서 챕터 회장을 맡는 등 유학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 했다. 결국 2010년 UC버클리 하스 경영대에 합격했고, 2년 뒤인 2012년 8월 졸업했다.
 

대학을 다니며 투자금융회사 메릴린치에서 3년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세계적인 금융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수 있던 좋은 기회였지만, 마음 한 켠엔 회의감이 남아있었다. 장 대표는 “회사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직속 상사를 위해 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우연히 한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뒤 창업에 눈을 뜨게 됐다.
 

2012년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최초의 웹툰서비스 업체인 ‘타파스 미디어’를 김창원 대표와 공동 창업했다. 당시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귀국했다.
 

뤼이드를 설립하기까지 다시 고난의 세월이 이어졌다. 2013년 귀국 후 국내에서 처음 교육 분야 사업을 준비하다가, 동업자가 투자금을 전부 들고 잠적하는 바람에 3개월 동안 빚쟁이처럼 수소문했던 기억도 있다. 대학 선배가 선뜻 내준 귀한 투자금이었는데, 모두 돌려받지도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배신과 실패의 아픔을 극복하고 이듬해인 2014년 설립한 것이 뤼이드다. UC버클리 대학 시절 컴퓨터공학 박사, 엔지니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접하게 된 ‘머신 러닝’을, 가장 혁신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교육 분야에 적용했다. 학생의 현재 실력을 진단하고, 점수를 예측하고, 중간에 공부를 그만둘 확률도 예측해 목표 점수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2016년 ‘산타 토익’을 시작으로 공인중개사·보험설계사 시험용 AI튜터를 출시했고, 지난 3월에는 글로벌 교육기업 커넥미에듀케이션과 협업해 중동 5개국에 미국 대입자격시험인 ACT 전용 AI 튜터 서비스도 내놨다.
 

장 대표는 “지금은 토익과 공인자격증 시험을 중심으로 AI튜터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뤼이드의 핵심 기술을 토대로 공교육에서 필요로 하는 AI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뤼이드의 기술은 수험생을 줄세우는 ‘시험'이 아니라 학습자의 성장에 목적을 둔 ‘평가’를 통해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뤼이드는 향후 객관식 시험뿐 아니라 주관식과 에세이형 시험까지 확장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