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 닫은 헬스장, 인테리어 사기까지 당해…치즈볼로 재기
핏블리./ 핏블리 제공
근육은 그들에게는 잃어서는 안 될, 성스러운 무엇이다. 그러므로 근육을 키우는 헬스장은 그 어떤 곳보다 신성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은 죄악이다. 단백질, 식이섬유가 풍부한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두고 근성장에 도움은커녕 해만 끼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금기를 깬 사람이 있다. 한국의 헬스장 ‘힙업공장’의 관장이자, 헬스 유튜버인 ‘핏블리(본명 문석기, 30)’다. 핏블리는 코로나로 헬스장의 문을 열 수 없게 되자 그곳에서 운동법을 알려주는 대신 치킨과 치즈볼을 먹으며 구독자와 소통했다. 처음에는 그도 주저했다.
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치즈볼을 처음 먹어본 그는 그 농후하고 고소한 맛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6년 동안 철저하게 하루 네 끼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으며 식이를 관리했던 그였기에 그가 세속의 맛에 감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그렇게 그는 먹방으로 유명세를 탔고 BJ치즈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배달 음식의 맛에 푹 빠진 그는 단기간에 체중이 83kg에서 103kg까지 불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전국의 헬스장들은 문을 닫았다. 마침 힙업공장 부천점이 회원 맞을 준비를 끝낸 참이었다. 결국 부천점은 오픈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운영하던 힙업공장 네 곳의 임대료는 월 4000만원이었다. 설상가상 인테리어 사기까지 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겼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혼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처음에는 운동 QnA(질문, 답변)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방송을 켰어요. 그러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라면과 맥주를 먹었는데 구독자들이 치킨과 치즈볼을 추천하더고요. 그렇게 치즈볼을 처음 먹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치즈볼을 처음 먹어보는 절 보고 놀라는 구독자들을 보고 또 놀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치즈볼을 드셔봤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핏블리의 치즈볼 먹방은 조회수 247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그가 떡볶이와 핫도그를 먹는 영상도 총 1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코로나 시기 어려워진 헬스장 운영자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낸 그의 먹방은 TV뉴스로까지 다뤄졌다.
◇헬스장 폐업 후 운동기구 팔아 기부…배고픔 설움 잘 알아
먹방 인기로 유튜브 운영 수입이 늘어났다. 본인도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그는 이 수입을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외롭고 배고픈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로 힙업공장 역곡점의 문을 닫으면서도 운동기구 판매금을 결식아동 등에게 기부했다.
그는 20대 초반 트레이닝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40개국을 돌며 다양한 체형에 맞춘 트레이닝 방법, 영양학 등을 공부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사실에 행복했지만 지독한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은 그를 늘 따라다녔다.
한국에 들어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아동들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이었다. 폐업할 때도 나보다 더 절실한 친구들을 위해 이 돈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었어요. 전 운동 지식이 있으니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데 결식아동들은 지금 당장 배가 고픈, 생존과 직결된 상황이었잖아요.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했습니다.”
핏블리는 최근 도서 ‘핏블리의 헬스 다이어트 전략집’을 펴냈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그가 헬스장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단백질 보충제를 꼭 먹어야 하는지, 공복 운동이 좋은 것인지, 살 안 찌는 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포함해 각종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을 담았다.
“어렵고 재미없는 생리학과 운동역학, 영양학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을 집필할 예정이에요. 좀 더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연구팀도 꾸렸어요. 구체적으로 1년 뒤 헬스장 가기 전 꼭 봐야할 핏블리 전집을 내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치즈 떡볶이 먹방./ 핏블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