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고 연방판사…12개 항소법원만 있는 사법계 최고위직 중 1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계 여성 판사 루시 고(53.사진)를 제9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연방고등법원 판사는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자리다. 이 절차를 통과한다면 ‘첫 한인 여성 연방고등법원 판사’가 탄생하게 된다. 고판사의 한국이름은 고혜란이다.
이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는 미국에 단 13개 연방항소법원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또 항소법원마다 3명의 판사가 재판을 맡는다.
미국의 연방 법원은 94개의 연방지방법원과 13개의 연방항소법원, 1개의 연방대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전역을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 구역을 관할하는 12개의 연방항소법원과 지역에 상관없이 국제무역, 특허관련 연방항소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루시 고 판사가 맡게 되는 제 9구역 항소법원은 알래스카,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하와이, 아이다호, 몬태나, 네바다, 워싱턴, 오리건 주를 모두 관할해 13개 항소법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16년 대선 당시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후보 진영에서 연방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고 판사는 오마바 정부 시절인 2016년 제9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됐지만, 그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인준이 무산됐었다.
고 판사는 특허와 영업비밀, 상법 소송 전문이다. 2014년 마무리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하기도 했다. 작년엔 인구조사를 조기 마감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고 판사는 워싱턴DC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지난 1993년부터 상원 법사위와 법무부 등에서 일했다. 이후 2010년에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 자리에 오르며 ‘첫 한국계 연방지법 판사’가 됐다.
어머니 탁은숙씨는 북한에서 출생했다. 1945년 압록강을 헤엄쳐 건너 걸어서 2주 만에 남한 땅을 밟았고, 아버지 고재곤씨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으로 북한과 맞써 싸웠지만 한국 정부와의 마찰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 판사의 남편은 스탠포드 법대 마리아노-플로렌티노 쿠얼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