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을 받자, 시상식에 오른 사람은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었다.
그녀는 영화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 겸 투자배급사 총괄 자격으로 제작자들과 무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1995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했고, 기생충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데 기여한 숨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기생충 영화에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 제작에 총 135억원이 투자됐다. 이 중 CJ가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투자자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녀이자 이재현 회장의 친누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났다. 그는 대외 활동은 자제했지만, 영화계 인맥을 활용해 CJ 영화의 해외 판매에 힘써왔다. 그는 2017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CJ의 영화사업을 이끌어왔다. CJ는 1993년 삼성에서 분리·독립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영화를 문화사업 주력 사업으로 삼고 한국 영화 산업 육성에 힘써왔다. 이 부회장이 지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을 따낸 일화는 유명하다.
CJ그룹은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고 2000년 영화 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영화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CJ그룹은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의 투자배급을 맡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기획하면서도 CJ를 가장 먼저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