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로더, 4년 투자후 인수…기업가치 2조원대…아시아 뷰티 브랜드로는 처음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가 아시아 뷰티 브랜드 최초로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에스티로더)에 인수됐다.
닥터자르트를 보유한 해브앤비(대표 이진욱, 43, 사진)는 “에스티로더가 해브앤비의 이 대표가 소유한 지분 3분의 2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스티로더는 앞서 2015년 해브앤비 지분 3분의 1을 인수해 이번 계약으로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뷰티 업계에서는 해브앤비의 전체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해브앤비의 매출액은 약 5000억 원이다.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가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티로더는 해브앤비 투자 이후 마케팅과 해외시장 진출 등에서 협업해 왔다. 해브앤비 측은 “에스티로더의 첫 투자 이후 4년간의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이번 전량 지분 인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2004년에 설립한 해브앤비는 피부과 전문의 18명의 연구 성과와 협력을 기반으로 이듬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론칭했다.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이 대표는 병원에서 우연히 비비크림을 접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했다.
닥터자르트가 출시한 비비크림은 피부과에서 사용하던 블레미시 밤을 화장품으로 대중화한 제품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평소 호기심과 역발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인데, 그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Dr. Jart+)` 대박도 여기서 태어났다.
2012년 연고처럼 생긴 세라마이딘 크림(고보습 제품)은 수많은 화장품업체의 허를 찔렀다. 소비자들은 `약이야, 화장품이야`라고 궁금해 하며 피부과 약처럼 신뢰가 가는 이 크림에 지갑을 열었다. 세라마이딘 크림을 화방 물감처럼 배열하는 진열 방식도 남달랐다.
이 대표는 "보다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화장품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남들이 안 했던 것에 매력을 느낀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와 메시지를 줄 것인지, 어떤 화장품을 만들고 어떤 용기에 담을 것인지 차별화된 해석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16년엔 ‘호랑이풀’로 불리는 병풀 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한 시카페어, 지난해는 펩타이딘 제품을 내놨다.
이 대표는 유니클로처럼 가성비가 좋으면서 아이폰처럼 충성고객이 많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세계 37개 지역에 진출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중국 시장에 매달릴 때 뷰티산업의 심장부인 미국, 유럽 시장을 개척했다. 2011년 제품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높게 평가받아 미국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 입점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2015년 863억 원에서 2018년 4898억 원 규모로 급증했다.
닥터자르트는 제품마다 각기 다른 용기, 포장, 디자인업체와 거래한다. 직원들은 피곤하지만 소비자에게 최고 만족을 주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인수 후에도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