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망하고 떡볶이 장사 시작, 떠돌이 트럭 노점…김미자, 최근영씨
"시장 한 귀퉁이 포장마차에서 팔던 꼬막비빔밥이 6년 만에 서울 한복판 백화점에서 팔리고, 미국 LA, 뉴욕, 시카고에서도 팔릴 줄은 꿈에도 몰랐죠. 최고의 꼬막비빔밥으로 번 돈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기부라고 생각했어요."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엄지네 포장마차'에서 만난 김미자(53), 최근영(61)씨 부부는 "기부의 맛에 빠졌다"고 했다.
엄지네 포장마차는 전국에서 꼬막비빔밥을 맛보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주말이면 3시간은 줄을 서야 할 정도라 '꼬막비빔밥의 성지'로 불릴 정도다. 서울과 세종, 충북 청주 등에 9개 분점을 냈고, 작년 12월부터 미국 LA 등지에서 팝업 매장(임시 매장)을 열기도 했다.
마흔 살에 대형 건설회사 임원에 올랐던 남편 최씨가 1997년 "내 사업을 하겠다"고 퇴사해 차린 건설업체가 외환 위기에 휩쓸려 부도가 난 뒤 부부는 0.7t 트럭에서 떡볶이, 순대를 팔았다. 2002년 부부는 더 이상 서울에서 버틸 수가 없어 강릉으로 내려왔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 내놓은 꼬막비빔밥이 대박이 났다.
2013년 남편 최씨의 고향인 전남 벌교에서 가져온 꼬막으로 만든 비빔밥을 내놓았는데,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꼬막무침을 팔았는데 짭조름한 벌교식 꼬막무침이 강릉 사람들에게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꼬막을 삶아서도 팔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간을 줄이고 비빔밥으로 바꾸면서 강릉 사람들은 물론이고, 휴가 온 서울 사람들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부부는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함께 가입했다.
어려움을 딛고 나눔에 앞장서는 부모를 지켜본 딸(33)은 분점을 운영하며 아너 가입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대학생인 아들(24)도 5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전 세계의 기아 아동을 돕는 데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