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붓듯 5년 할부로 기부 약정… 7급공무원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가족들과 살 집도 샀으니 이제 나는 부자다."
3년 전 대구 시내에 있는 27평형 아파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수성구청 7급 공무원 김영익(41.사진)씨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김씨는 희소 근육병으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군 복무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가족이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어려운 형편 속에 대학을 다녔다. "세상살이가 쉽지는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서운했던 것보다 고마웠던 것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2151번째 회원이 됐다.
수성구청에서 청소차 등 여러 차량을 관리하고 운행하는 업무를 하는 그는 대구 지역의 첫 공무원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김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남을 위해 썼는가가 인생에서 성공했느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싸다"며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 사 먹지 않지만, 지난 9월과 12월 초에 500만원씩 1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2005년 10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7급으로 승진한 그는 "1억원은 큰돈이기는 하지만 기부는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집도 대출받아서 사고 20~30년씩 나눠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자동차도 36개월 할부로 사잖아요. 그러니 기부도 '5년 할부'로 해볼 만하잖아요."
김씨처럼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나눠 내겠다'고 약속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매년 늘어나 2010년에는 6%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 기준으로 68%를 넘어섰다.
김씨는 2005년 공채 시험을 통과해 10급 공무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청도군청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아이들도 태어났다. 그리고 아내와 열심히 돈을 모아 3년 전에는 대구 북구에 가족과 함께 살 아파트를 장만했다. "가족들을 연이어 잃은 슬픔이 컸는데 이제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잖아요. 부부 공무원으로 돈도 벌고, 집도 장만했으니 저는 이제 충분히 가진 거 아닌가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기부'였다고 했다. 김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마련한 후에는 '지금부터 버는 것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남을 위해서 써보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김씨 가족은 외식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김씨가 떡과 오뎅 등을 사 와서 직접 만들어 준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느라 부부가 함께 여행을 가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가족이 함께 해외 여행을 간 적도 없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인 아이들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을 사교육 시키느니 주변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