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매출 거의 1조원…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식재료 새벽배송 개척…매출보다 고객 신뢰가 우선
‘샛별’ 배송으로 유통업계에 새벽 배송 붐을 일으킨 마켓컬리 김슬아(37) 대표는 창업 5년 만에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회사다.
김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
온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홍콩지사,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등에서 컨설턴
트로 일했다. 그런 그가 2015년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먹는 걸 좋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맞벌이라 매일 장을 볼 수 없었죠. 온라인 주문하면 2~3일 뒤에나 오는데 신선하지가 않아요. 문득 아침에 신
선한 식재료를 배달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5년 전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 전까지 온
라인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신선 식품을 현관 앞에 배송해준다. 새벽 배송이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
을 얻자, 대형 유통 업체들도 앞다퉈 같은 서비스를 내놨다.
마켓컬리 성장은 폭발적이다. 현재 서울·경기 지역 새벽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다. 회원은 2015년 말 6만명에서 약 100배인 580만명으로 늘었다. 첫해 29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428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조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도 2000억원 넘게 받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게 끝이다” “매출 위에 고객 있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중순 추석 대목을 앞두고, 마켓컬리는 자사가 판매하는 우유가 변질됐다는 고객 불만이 접수되자 전액
환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접수된 불만은 80여건, 변질이 의심되는 우유는 4800병이었지만 문제가 된 날을
전후해 판매한 우유까지 포함해 7248병을 환불했다. 판매가는 2950원이었지만, 고객 불편을 고려해 5000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신선 식품 특성상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
상해서라도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서울 물류센터에서 코로나 확
진자가 나왔을 때도 자필 사인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객의 우려에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요즘은 책임감에 대해 고민한다. 사람과 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몸집이 커질수록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는 어
렵지만 승부는 여기서 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품질을 지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김 대표는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경우에도 마켓컬리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는 ‘비상대책’까지 짜놨다”며
“사업 첫날의 마켓컬리를 영원한 경쟁자로 삼으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