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포트폴리오 짜고 전문성 발휘…눈높이 낮추고 길게 봐야
1997년 외환 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거리로 나앉았고,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졌다. 아들은 사업 실패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지 몸소 체험했다. ‘내 사업’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20년 뒤 아들은 창업을 결심했다. 에어프라이어(기름없이 고온의 공기로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기계) 전용 용기를 내놔, 출시 5개월 만에 14만개 넘게 팔았다. 안준기(38) 발산코퍼레이션 대표는 말했다.
"진짜 하고 싶은 내 일이 있는데 하지 않으면 마흔 넘어 크게 후회할 것 같았어요."
아버지가 운영했던 금형 사업체가 도산하면서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안 대표는 친구 집을 전전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어린 나이에 깨달았어요."
대학 졸업 후 중소형 쇼핑 회사에 들어가 14년을 일했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 뒀다. 생활은 안정적이었고 회사에선 승승장구했다. 과장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올랐다. 네이버 밴드 등에 제품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회사 매출을 연 100억원에서 47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마음 한 켠이 허전했다. '세상에 없던 내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고 싶다'는 꿈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주변에선 '유통 업계에서 충분히 잔뼈가 굵었고 네트워크도 풍부하니 빨리 창업하라'는 조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어려서 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 "길고 긴 고민 끝에 결국엔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마흔 되기 전에 창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엔 크게 후회할 것 같아서요. 꿈에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첫 아이템은 에어프라이어 전용 실리콘 용기인 ‘에어프라이팟’이다. 창업 4개월만인 지난 4월 첫 출시했다.
기름없이 고온의 공기로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기계인 에어프라이어는 사용 후 세척이 불편한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전용 실리콘 용기에 음식을 담아 조리하면 부스러기와 기름이 에어프라이어에 묻지 않는다. 전용 용기만 세척하면 된다. 실리콘 재질과 바닥의 돌기가 조리를 돕는다. 에어프라이어 용량 별로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14만개가 팔렸다. 주로 온라인(http://bit.ly/2lfTJ7X)으로 판매한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제품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직접 사용한 주부님들이 입소문을 많이 내주셨어요. 맘카페와 소셜미디어에 에어프라이팟 후기가 여럿 올라오면서 저절로 홍보가 됐습니다."
안 대표의 에어프라이팟 개발은 집요한 관찰의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형상화 시켜주기 전까지 그것이 필요한 줄 모릅니다. '이게 불편하지 않았어?' 얘기하는 순간 깨닫는 거죠. 이렇게 깨닫지 못했던 일상 속 불편을 찾아 해소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에어프라이어 같은 경우도 세척이 불편하다는 느낌만 있었지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 불편을 파고 들었더니 좋은 제품이 나왔습니다."
첫 아이템부터 성공하면서 월 3억원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과 호주로 수출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