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알렉스 정 ‘기피’ 창업가 겸 대표
매일 1억명이 10억개의 ‘움짤’을 다운로드
구글 다음으로 많이 쓰는 동영상 검색엔진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인 혁신가는 없지만 미주 한인사회에는 여러 명이 있다. 그 중 한인 2세 출신인 기피(giphy) 설립자 겸 CEO인 알렉스 정(정승재)씨는 특출나다.
기피는 GIF 이미지 파일로 만든 속칭 ‘움짤(움직이는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이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의 재미있는 표정과 몸동작을 담은 파일이 많다. 매일 1억명쯤이 10억개 움짤을 다운로드 한다. 그러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구글벤처스 등이 기피에 약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기피는 또 구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영상 검색 엔진으로 꼽힌다.
알렉스 정은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철학,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미디어기술자로 일하며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힘에 눈을 떴다. 결국 이 분야 창업으로 이어졌다.
기피 이전에도 세번이나 창업을 했고, 특히 The Fridge를 2011년 구글에 거액을 받고 팔면서 미국 기술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기피를 창업한 것은 2013년이다. 2009년과 2012년 사이 기술업계에 불어닥친 큰 변화에서 흐름을 읽었다. 당시는 아이폰과 페이스북이 등장한 때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등장으로 비대면 소통은 급격히 늘어났지만 음성과 문자 외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전하거나 비언어적 표현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모바일로 사람들이 수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창업 당시 이모티콘은 몇 천개에 불과했다.
그는 특히 gif 파일을 검색할 엔진이 없다는 점을 주목했다. gif는 이미지 전송을 빠르게 하기 위해 압축 저장하는 방식이다. 원본 이미지 품질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파일 용량을 원본의 40% 수준으로 줄인다.
전송 속도가 빠른데다가 간단한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iOS환경과 안드로이드, 여러 웹 브라우저에 두루 통용된다. 언어와 파일 형식에도 제약이 없다.
기피의 움짤 검색과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변화한 소통 방식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움짤은 대체로 3초에서 6초 사이 길이다. 인간이 시각물 뜻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또 같은 장면을 반복 재생하는 gif 특성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매우 적합했다. 기피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트위터, 스냅챗, 슬랙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알렉스 정은 "이용자가 지금 상상하는 것들이 이미지로 표현돼 등장한다"며 "기피의 매 순간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피는 지난 10월 게임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피 아케이드(Arcade)다. 누구나 쉽게 게임을 만들어 친구와 공유하는 미니 게임 플랫폼이다. 이미 만들어진 게임을 플레이하고, 메시징앱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피는 글로벌 서비스다. 43개 이상 언어를 지원한다. 한국어도 있다. 다만 아직 중심은 영어 콘텐츠가 중심이다. 한국어보다 영어로 검색해야 더 많은 결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