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40)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당근마켓을 이렇게 정의한다.
“당근마켓은 슬세권(슬리퍼 신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하는 ‘우리 동네’ 플랫폼이에요. 마을 공동체 일원, 같은 아파트 주민이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게 하는 것이 당근마켓의 목표죠. 이게 잘 이뤄지려면 사용자들이 근거리에 거주해야 해요. 저희가 거래량이 풍부한 지역의 ‘동네 범위’를 차츰 줄여나가는 이유입니다.”
당근마켓의 당근은 ‘당신 근처’를 줄인 말이다. 김 대표가 카카오 재직 시절 동료인 김용현(41) 현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2015년 7월 서비스를 론칭했다. 출범 당시 이름은 당근마켓이 아닌 ‘판교장터’였다. 판교에 있는 카카오의 사내 중고 거래 장터가 활발한 모습을 보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판교에서 시작한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나가면서 서비스명을 당근마켓으로 바꿨다.
당근마켓은 2016년 12월 13억원을 투자받았다. 성장 속도가 본격적으로 빨라진 건 지난해 5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총 68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였다. 현재 이 회사는 누적 다운로드 1000만, MAU 400만 명, 가입자 수 800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아무래도 내 이웃과 만나는 건데 사기를 치거나 덤터기를 씌우기 힘들죠. 출퇴근길에 마주칠지 모르잖아요. 이런 특성은 당근마켓 거래에 대한 신뢰 강화에 도움을 줬어요. 지금도 ‘동네 주민끼리 직거래’ 원칙을 철저히 지킵니다. 덕분에 구글플레이 국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중 1인당 방문 횟수 1위와 체류 시간 1위에 오를 수 있었죠.”
각종 사고 방지를 사람에게만 맡기는 건 아니다. 짝퉁 물품이나 동물, 술, 담배 같은 거래 금지 물품을 찾아내는 일은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훈련된 인공지능(AI)이 맡는다. 김 대표 역시 타고난 개발자다. 김 대표는 김용현 대표와 자본금 5억원을 들여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후발 주자임에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의 경쟁 업체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은 당근마켓의 저력은 2019년에도 이어졌다. 지난 9월 당근마켓은 400억원 규모의 세 번째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핵심 서비스인 중고 거래에만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동네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활 정보를 취급하는 지역 커뮤니티로 진화해 나갈 겁니다. 중고 거래는 물론 부동산이나 구인•구직 정보를 구할 때도 당근마켓을 찾게 하고 싶어요. 강아지 산책시켜줄 이웃을 구하거나 함께 배드민턴 칠 사람 찾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주변을 둘러보면 온라인으로 넘어올 수 있는 생활 정보가 은근히 많습니다.”
당근마켓에 등록된 지역 광고 2000여 개에서 김 대표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 강서구의 수학 학원, 노원구의 필라테스 교습소, 경기도 안양시의 영어 공부방 등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종이 전단 뿌리던 업체들입니다. 참고로 이 중 영어 공부방은 당근마켓에 1만2000원 지불하고 동네 주민 2500명에게 노출됐어요. 어떤 홍보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