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서비스로 배달…한국 꽃 시장 구조까지 바꿔…60억 투자받아
“오늘 무슨 날이야? 책상에 꽃이 있네?” 사무실로 꽃 배달이 오면 한마디씩은 꼭 듣는 말이다. 이처럼 꽃은 ‘일상’이라기 보다는 아직까지 기념일, 고백, 졸업 등 ‘특별한 날’과 더 가깝다.
이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한 남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플로리스트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꽃들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시작으로 꽃 산업에 뛰어든 남자는 한국 꽃 시장의 구조까지 뒤바꿔 놓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꾸까 박춘화 대표./ 꾸까
원래 꽃을 만지던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공대 출신이다. 한국 최초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만든 꾸까의 박춘화(39) 대표를 조선일보가 인터뷰한 기사를 요약했다. 꾸까는 핀란드어로 ‘꽃’이다.
박 대표는 2014년 꾸까를 창업했을 때 실제로 꽃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상태였다. 꽃 사업을 시작한 건 오랜 고민의 결과는 아니었다.. 외국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에서 아시아 최초의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다 실패를 경험한 뒤 사업 구상을 하며 잠시 쉬고 있던 때였다. 한국도 영국이나 일본, 미국처럼 매일 같이 꽃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생각을 하다 보니 분명 지금은 아니더라도 한국에는 없었던 커피를 이제는 모두가 마시듯 많은 이들이 꽃을 즐길 날이 올 것 같았다.
바로 사업을 추진했고, 두 달이 안 돼 지금의 꾸까를 론칭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회사에서 빠르게 시장을 검증하고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을 배운 덕이 컸다. 자금 사정 때문에 속도를 높인 부분도 있다. ‘과연 이게 될까?’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추진했다.
꽃을 정기구독하면 2주에 한 번씩 꽃을 보내준다. 꽃 사이즈별로 1만원대 후반에서 4만원대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생소한 모델이지만 이는 이전 회사에서 했던 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의 사업 모델을 꽃에 접목한 결과다. 꽃을 가지고 있으면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묻는 시대였기 때문에 꽃에 정기구독이라는 모델을 붙이면 ‘난 그냥 꽃이 좋아서 구독하는 거야’라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정기구독 서비스를 홍보하는 셈이죠. 물론 참고할 사례가 없다 보니 하나하나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건 어려운 과정이었다.
초기에는 자금이 너무 부족해서 플로리스트를 고용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응원해주는 플로리스트를 만나 한 달에 몇 번씩 꽃 디자인과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첫해에는 마케팅, 꽃 작업 등 모든 일을 직접 하다 보니 일주일에 이틀씩은 밤을 새웠다.
꾸까는 한국 최초로 꽃을 택배로 보내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선도 문제 때문에 처음에는 모두 걱정했지만 화훼산업을 바꾸는 첫걸음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하루 2000~4000다발의 꽃을 만들어 전국으로 보내고 있지만 특별한 잡음 없이 순항 중이다.
현재 정기구독 서비스를 받아본 누적 회원이 24만명이다. 꾸까는 한 달에 3만~5만 다발의 꽃을 고객분들께 보내주고 있다. 전국 어디에 있든지 몇 번의 모바일 터치만으로 꽃을 구매할 수 있다. 꽃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면서 이용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MZ 세대가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꽃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60억원의 누적 투자를 받았는데 화훼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꾸까가 화훼산업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이를 지지해주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