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테러 현장 수습하다 유독물질 노출…10년 투병 끝에 안타깝게 숨져
2001년 9월 11일. 당시 서른 두 살이던 한국계 연방수사국(FBI) 요원 웨슬리 유는 현장에 출동해 훼손된 건물과 비행기 잔해 그리고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분류하는 역할을 맡았다. 보관 시설에서 테러 수사를 위한 물증과 유독 물질 등을 분리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FBI에 소개된 한국계 요원 웨슬리 유. / FBI 홈페이지
악취를 뿜어내는 유독가스와 매연으로 자욱한 공간에서 그는 사후 수습에 헌신적으로 임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이민 후 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에서 자랐고, 수사기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1996년 FBI요원의 꿈을 이룬 한국계 요원이었다. 그러나 9·11 테러가 벌어지고 4년이 지난 뒤 그는 골수종 진단을 받고 힘겨운 암투병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아내와 자녀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보건 기관들의 조사를 통해 웨슬리 유의 암 발병은 9·11 테러 현장 수습 당시 과도하게 유독물질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FBI가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그를 포함해 테러 현장 수습 후유증으로 이후에 사망한 요원들을 재조명했다. 9·11 테러 발발 직후 인명구조와 현장수습을 위해 출동했던 소방관과 경찰, 수사요원들 중에서도 상당한 사상자가 나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FBI 요원도 사후 투병자 등을 합쳐 17명이 희생됐다.
이 과정에서 유독가스 노출 등의 영향으로 뒤늦게 암 등이 발현돼 투병을 한 이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생존했지만 투병중인 요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숫자라고 한다. 암 투병 사실을 FBI본부에 보고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도록 했기 때문에 실제 9·11 테러의 영향으로 병을 얻어 투병 중인 요원의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FBI는 보고 있다. FBI는 이들에 대한 의료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9·11 테러로 순직한 FBI 요원 17명 중 2명은 여성 요원이고 웨슬리 유는 유일한 동양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