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공장 편규호 대표…캐나다 마트에서 아이디어 얻어 건강식품으로 개발
편식공장 편규호 대표. /편식공장
어릴적 별명은 ‘불량식품’. 부모님이 옛날 과자 공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이렇게 불렀다. 불량 원료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옛날 과자는 다 불량식품이다’는 얘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제품 포장지가 촌스러워서일까. 어린 나이였지만 고민이 많았다.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먹거리 사업을 시작했다. 첫 제품은 ‘쫀드기’. 국민 간식이지만 불량식품 이미지가 강한 제품이다.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
과자 공장부터 방앗간 자문까지 발품을 팔아 건강한 단맛을 연구했다. 찾아낸 답은 ‘보리’다. 보리를 볶고 10가지 곡물을 넣어 ‘보리맛쫀드기’를 만들었다. 칼로리는 줄이고 영양을 높여 건강 간식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출시 7개월만에 50만개가 팔리면서 해외 수출 제안도 들어왔다. 편식공장 편규호(32) 대표 이야기다.
편식공장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과자만을 만드는 공장이다. 특정한 음식을 골라 즐기는 ‘편식’을 긍정어로 사용했다.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골라 먹는데 맛도 좋고, 건강하기까지 하면 더 좋기 때문이다.
편대표는 부모님이 옛날 과자 공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간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부분이 창업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편대표는 옛날 과자의 불량식품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우리가 즐겨먹었던 추억의 간식이 불량식품이 아닌 전통 과자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우선 자본을 모으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리고 해외 수출을 하려면 영어를 배우고, 외국 먹거리도 둘러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죠.필리핀에서 3개월, 캐나다에서 9개월. 총 1년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캐나다에선 틈틈이 시장조사도 했다. 이후 캐나다의 한 마트 물류창고에서 일을 하면서 사업 방향을 찾았다. 한국 제품의 유통과정을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캐나다 마트에는 곡물과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라이스바가 고급 과자 라인에 진열돼 있었다. 반면 비슷한 느낌의 한국 쌀과자는 촌스럽고 저렴한 이미지였다. 재료를 업그레이드하고, 제품 디자인도 고급화해 젊은 사람도 자주 찾을 수 있는 간식을 만들어야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쌀과자, 쫀드기, 꽈배기 등 소비자들에게 옛날 과자는 촌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편대표는 우리 곡물로 만든 간식인만큼 유기농 이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 실제로 편식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영양가 있는 재료들로 만든 제품들이다. 제품 포장지 자체도 세련되다.
이미 시중에 쫀드기가 많이 나와있지만 편식공장만의 ‘보리맛쫀드기’는 엄선한 100% 국산 보리와 우리 땅에서 자란 10가지 곡물이 들어간 쫀드기다. 보리, 현미, 쌀, 흑미, 수수, 조, 팥 등 건강한 재료를 사용한다. 무색소, 무향료, 무방부제로 인위적인 것은 넣지 않아 오직 곡물 본연의 색과 향이 있다. 아무리 달콤한 간식이라도 맛이 너무 강하면 금방 물리기 마련인데 보리맛쫀드기(bit.ly/3n2PQAZ)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있어 손이 자주 간다. 두툼한 두께와 부드러운 질감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요인 중 하나다.
일반적인 쫀드기는 반죽이 아주 고온에서 익혀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료 자연의 향이 깊게 남아있기 힘들다. 하지만 편식공장은 자연 곡물 그대로의 향을 간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연구했다.
먼저 보리가 가장 맛있어지는 온도에서 보리를 직접 로스팅을 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보리의 구수한 향과 맛이 배가 된다. 로스팅한 보리를 아주 고운 입자로 분쇄한다. 아이들이 먹는 이유식 입자 크기다. 촉촉하고 고운입자로 분쇄했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소화된다. 다음엔 분쇄한 보리와 곡물을 반죽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후 기계를 통해 반죽을 익히고 모양을 만든다.
보리맛쫀드기 제조공정. /편식공장
보리맛쫀드기를 개발하는데는 10개월 가량 걸렸다. 방앗간을 다니며 곡물과 보리에 대해 배우는 일이었다. 방앗간 10군데 정도를 직접 발로 뛰며 자문을 구했다. 방앗간 사장님께 새싹보리부터 찰보리까지 모든 보리의 종류와 곡물의 성질을 배웠다. 이후 보리와 곡물을 가져와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다. 로스팅 방법에 따라 보리 반죽이 딱딱해질 수도, 묽어질 수도 있는데 적당한 선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쫀드기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가장 먼저 배웠다. 또 쫀드기를 만드는 다른 공장에도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편대표는 “쫄깃함과 두툼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지금도 더 좋은 제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