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던 아이들, 4년만에 20억원 대박 낸 사업

by 벼룩시장 posted Jul 17, 2022

 

벽면녹화사업으로 자립준비청년 돕는 <브라더스키퍼>

기댈 곳 절실했던 유년기식물을 발견하고 달라진 인생

2003년 갓 스무 살이 된 김성민 씨는 보육원 선생님과 형이 쥐여준 지폐 몇 장만 달랑 들고 상경했다. 해가 지면 들어갈 집도, 먹을 것도 없었다. ‘어떻게 하라’는 조언이나 가르침도 들은 게 없었다. 보이는 대로 주워 먹고, 추우면 헌 옷을 입었다.

노숙 생활 6개월 차, 더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길거리에 보이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가 일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돈을 모으며 미래를 계획했던 것도 잠시, 김 씨가 보육원 출신임을 알게된 식당 사장과 직원은 그를 냉대했다. 보육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내 잘못도 아닌데 차별 대우를 받는 게 슬펐지만 사회적 편견과 시선을 바꿀 힘이 없었다.

벽면녹화사업으로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 /더비비드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김성민 씨는 보육원 출신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직접 싸우기 위해 부딪히고 있다. 성인이 되자마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2018년 스타트업 ‘브라더스키퍼’를 창업했다. 직원 8명 중 6명이 보육원 출신이다. 

브라더스키퍼는 조경업으로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건물 내외부의 수직 벽면을 식물로 채우는 벽면녹화사업을 한다. 최근 도심 녹화사업이 주목받아 기업이나 관공서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얻은 수익은 전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쓴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심리진로경제 교육을 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결한다. 1대1 상담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걸 지원하기도 한다.

주거지원 사업도 한다. 보육원 퇴소 후 거처를 구하지 못한 아이들이나 LH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전 당장 집이 없는 청년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있다. 지역 별 브라더스키퍼 연계 부동산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이 집을 구할 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온 직후가 나쁜 길에 빠지기 제일 쉬운 시기거든요. 정말 몰라서 그래요. 일하면서 저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모은 돈으로 26살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자립준비청년을 도우려면 아무래도 사회복지 관련 지식이 있어야겠더군요. 대학에서 사회복지선교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도 찾았어요. 보육원에서 영어 캠프를 여는 비영리단체에 근무하게 됐죠. 막 보육원을 나온 자립준비청년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해 그들과 연결해주는 일도 했어요.”

100명 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줬는데, 관리가 쉽지 않았다. 

“가장 오래 근무한 친구의 근속 기간이 3개월이었어요. 무턱대고 일자리를 주니 몇 개월 하다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자립준비청년들은 회복 탄력성이 부족해요.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적죠. 유년기에 부정적인 경험만 겪던 아이들에게 일자리만 주면 해결될 거로 생각한 게 오산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자립준비청년이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무렵, 한 기업에서 6개월간 착실하게 일하고 있는 청년을 만났다. 김 대표가 소개해준 조경 회사에서 일하던 친구였다. 

“회사에 잘 적응한 비결이 궁금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친구가 말하기를, 조경회사에서 식물을 가꾸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하더군요.”

식물과 정서의 연관성에 관련된 논문을 모조리 찾았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서적 회복력이 10배나 높다더군요. ‘자립준비청년들도 식물을 가꾸는 일자리와 연결해준다면 근속 기간이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 조경 기업 ‘창조원’에 일자리 관련 문의를 했다. “창조원 대표님께 의외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벽면녹화사업 관련 기술을 무상으로 이전해줄 테니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러면 사업을 키워 인력 채용도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요.”

좋은 기회였다. 시장 조사를 거쳐 사업화를 결심했다. 

“이 사업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했어요. 벽면녹화사업은 식물에 자동으로 급수가 되도록 벽면에 관개수로를 깔고 식물을 심는 일입니다. 보육원 출신 아이 중 대다수가 공업농업고등학교 출신이에요. 기술이나 식물에 관련된 지식을 남들보다 빠르게 이해할 수 있죠.”

고령화되고 있는 조경 시장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기도 했다. 

“조경 관련 직업 인지도가 낮다 보니, 늘 하던 분만 일을 해요. 자립준비청년들은 매년 2500명 이상 사회에 진출합니다. 사업을 잘 키우면 많은 이들이 조경 분야에서 일자리를 갖고,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18년 초, 살던 집의 전세금을 빼 5000만원으로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했다. 

“보육원에서 갓 퇴소한 친구 2명과 함께 시작했어요. 벽면녹화사업, 화분 임대, 실내 식물 인테리어 사업을 주로 합니다. 제가 사업 아이템을 알리러 다니고, 직원들은 벽면에 식물을 심고 주기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식물을 돌보죠.”

보유한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수직 벽면에 식물을 심고, 물탱크에 물만 넣어두면 자동으로 급수가 되는 기술이 핵심인데, 이걸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아요. 첫해부터 2억원의 수익이 났습니다. 수익금의 100%를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 보육원 후원, 교육 사업, 심리 치료 캠프 운영 등에 사용했죠.”

마침 코로나 사태, 미세먼지 등의 사회 문제로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맞물렸다. 벽면녹화사업을 중심으로 관공서나 기업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은 하지만 포름알데히드나 톨루엔과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은 걸러내지 못해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를 걸러낼 수 있는 녹화 식물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청, 서울식물원, 인천국제공항, 안양시청의 벽면녹화사업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30곳이 넘는 기업의 조경 시설을 관리하고 있죠. 덕분에 직원도 8명까지 빠르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브라더스키퍼는 3년간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기간을 거쳐 2021년 정식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대기업과 협업해 30곳의 소규모 공동생활가정과 보육원에서 식물 교육을 한다. 요리 교실, 심리 상담, 명절 모임도 열어 주기적으로 보육원 아동을 돕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책과 지원 제도를 만드는 일도 한다. 

언론에 얼굴을 자주 비춘 탓에 별다른 사업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여러 기업에서 꾸준히 협업 요청이 들어온다. 2021년 매출은 10억원이다. 올해는 6월에 벌써 작년 매출을 넘었고, 2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예상한다. 

“지금까지 기업간 협업, 정부 사업을 위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공기청정기와 수경식물을 결합한 ‘공기청청식물’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단기 목표가 확실하다. 

“금전적 지원보다, 아이들에겐 이정표로 삼을 ‘어른’이 필요해요.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 사회에서 잘 적응한 어른들이요. 그래서 브라더스키퍼의 직원으로 일하는 6명의 자립준비청년이 한 보육원씩 맡아 주기적으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전국에 241개의 보육원이 있거든요. 한 보육원당 한 명씩, 241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게 목표입니다.”

 

브라더스키퍼는 벽면녹화사업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을 돕는다. /브라더스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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