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학원 문닫고, 도마 제작, 판매로 성공했습니다”

by 벼룩시장 posted Jul 29, 2022

코로나 사태로 판로 막힌 도마를 온라인으로 판매…월 매출 2000만원

베스트 셀러인 미목 편백나무 도마와 김태훈 대표. 제품을 꺼내기만 했는데도 편백나무 향이 느껴졌다. /더비비드
베스트 셀러인 미목 편백나무 도마와 김태훈 대표. /더비비드

 

원목 도마를 만드는 ‘미목’의 김태훈(46) 씨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로가 막히자 2020년 바로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시행착오 끝에 꾸준히 월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낸다. 김태훈(46) 대표를 만나 홈 인테리어 분야 온라인 시장 생존법을 들었다.

미목의 편백나무 원목 도마. 나무 향과 고른 나무결이 인상적이다. /더비비드

편백나무 원목 도마. 나무 향과 고른 나무결이 좋다. /더비비드

처음부터 목수는 아니었다. 컴퓨터 공부를 하면 유용하다는 말을 듣고 혜전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나았다. 

그는 살던 동네에 작은 컴퓨터 학원을 차렸다. 15년간 했는데, 학원을 문닫았다. 체력 때문이었다. 

“가르치는 건 재밌었는데,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수강하는 학생이 늘면서 동네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맡게 됐어요. 가르치는 것보다 이게 더 오래 걸렸죠. 한명 한명 셔틀버스로 데려다주는 게 고돼요. 수업보다 체력 소모가 컸죠.”

2015년 우연한 기회로 나무의 감촉에 눈을 떴다. 

“사촌동생이 목재소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학원 운영에 지친 제게 취미를 가져보라며 목재소로 초대한 거죠. 너무 재밌더라고요. 일단 나무 향이 좋았어요. 마음이 편해졌죠. 퇴근하고 나무 만질 생각에 들뜰 정도였어요. 큰 나무 원목을 자르고, 조각하고, 기계 쓰면서, 샌딩하고. 난도가 낮은 단계부터 해봤어요. 나무의 특성마다 손질법이 다른데요. 점차 다룰 수 있는 목재가 늘어갔죠.”

사촌동생을 따라다니며 목재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 지역 도서관에 가서 목재 관련 책을 읽고, 사촌동생이 소개시켜주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미국에서 수입하고 싶은 나무가 있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주소를 보고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결국 하던 일을 접고 2016년 목재소 ‘미목’을 열었다. “일이 너무 잘 맞아 견딜 수 없었어요.”

2018년 본격적으로 도마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도마는 나무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생활용품입니다. 그 자체로 자연물이니 음식물과 직접적으로 닿아도 무해하고, 자체에서 피톤치드 항균 성분이 나와 물로 헹군 뒤 건조만 잘해주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어요.”

기계를 들였다고 해서 목수의 몫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무를 목재소로 들인 후 도마로 만들어지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려요. 나무를 들이고 건조 후 선별, 5번의 샌딩, 3번의 기름칠까지 거쳐야 진정한 도마가 탄생합니다. 조각기는 나무를 오려주기만 해요. 나머지는 제가 다 합니다.”

사업 초반에는 오프라인 단체주문으로 수익을 냈다. “처음에는 관공서 행사 기념품이나 판촉물로 잘 팔렸어요. 각인기가 있어 도마 오른쪽 하단에 미목의 로고 대신 기업명을 넣을 수 있었거든요.”

코로나19가 닥치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트나 백화점의 행사 매대 등 오프라인 매장이 주요 수익원이었어요. 하지만 박람회나 기업 판촉 행사, 공공기관 행사 등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판로가 단절됐습니다. 정말 막막했죠. 모든 판매 전략을 접고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판로를 모색했다. 

“오픈 마켓 사이트별 판매 동향부터 살폈어요. 저와 아내 둘이서 운영하니 모든 사이트를 공략할 수는 없었고요. 주방 인테리어 용품 중 몇몇 인기 상품을 골라 마켓별 리뷰 수를 살폈는데, 전반적으로 쿠팡에 입점해있는 상품들의 리뷰가 많더군요. 활성 소비자가 많다고 느꼈어요. 저도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렵지 않게 시작했다. 온라인 사업의 최고 장점은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마케팅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혔어요. 도마를 만들지 못하는 날에는 키워드 광고나 무료 노출 프로모션을 잠시 닫아두는 식이죠. 수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1인 판매자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1800만명 이상 고객이 찾는 쿠팡에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어야 했다. 기존의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제공할 수 없던 맞춤 서비스를 고안했다. 

“판촉물 제작을 위해 사용하던 각인기를 부활시켰습니다. 무료로 원하는 문구를 각인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죠. 구매 필수 정보란에 문구를 남기면 무료로 각인을 해드려요. 어차피 주문된 도마가 나가기 전에, 도마에 한 번 더 기름칠을 해줘야 하는데, 도마를 최종적으로 검수할 때 개별 각인도 하는 거죠.”

판매 후 고객 관리도 신경 썼다. 소비자 후기를 특히 면밀히 분석했다. 

오픈마켓과 장인 정신이 맞물려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 매출이 서서히 올라 올해부터는 꾸준히 월매출 2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한다. 오프라인 판매량은 10% 미만으로 줄었다. 유통 경로가 완전히 전환된 것이다.
사포의 거칠기별로 5번의 샌딩을 거쳐야 도마가 탄생한다. /미목

사포의 거칠기별로 5번의 샌딩을 거쳐야 도마가 탄생한다. /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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