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졸업 후 농사 입문…방앗간 운영으로 매출 25억원”

by 벼룩시장 posted Jan 21, 2023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 귀농…국산 참·들기름 만드는 <지리산처럼> 창업

영농조합법인 ‘지리산처럼’의 정정은(47) 대표는 2009년 전북 남원으로 귀농해 깨 농사에 입문했다. 처음엔 감자를 수확하고 난 후의 밭에서 ‘후작용’ 작물로 키웠다. 그러다 국내에 유통되는 참들기름 중 국산 깨를 이용한 제품의 비율이 3%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한 국산 기름을 만들어 보자는 사업이 커지면서 작년 2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 동편제마을에서 참깨, 들깨 농사를 짓고 기름 완제품을 만드는 정정은 지리산처럼 대표. /지리산처럼

‘지리산처럼’의 공장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 동편제마을에 있다. ‘할머니가 주신 시골 참기름’이 목표다. 저온에서 먼지 한 톨 없이 깨를 볶는다. 그래야 참깨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영양이 고스란히 보존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착유기에서 나오는 기름이 유독 맑다.

 

시골과는 접점이 없는 삶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1998년 중앙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동 대학원 아동복지학을 수료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9년 전북 남원에 있는 회사로 남편이 이직하면서 귀촌했다.

사는 곳이 바뀌니 직업도 달라졌다. 시골로 내려와 가장 먼저 키운 작물은 감자였다. 지대가 높은 남원 특성상 고랭지 농업에 적합한 작물이었다. 2월에 농사를 시작해 6월이면 마무리됐다.

그 이후부터 노는 땅이 아까웠다.

“고랭지 기후에서 6월부터 후작으로 기를만한 작물을 살펴보다 참깨랑 들깨를 알게 됐어요. 마침 우리나라의 식용유지 자급률이 3% 정도로 굉장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요리에 사용하는 기름들은 대부분 수입산이었던 거죠. 국산 식용유지 자급률을 올리는데 일조하자는 마음으로 깨 농사에 도전했습니다.”

1만5000평 크기의 밭을 구했다.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참깨를,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진 들깨를 키웁니다. 깨는 병충해에 취약해서 비닐하우스에서도 길러요.”

사업이 커지면서 지금은 직접 기른 수확물만으론 생산량 감당이 안된다. 전국의 참깨와 들깨 농가에서 부족 물량을 수매한다. 매년 수확시기인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깨밭을 돌며 직접 깨를 확인하고 가져온다. “한해 수매하는 양이 참깨 40톤, 들깨 50톤 정도입니다. 직접 길러보며 익힌 노하우로 깨를 확인하고, 품질 좋은 농가와는 협약도 맺습니다.”

2012년 참깨와 들깨가 자라는 밭 바로 옆에 공장을 세웠다. 30년 된 주조장을 개조한 것이다. 착유기 6대가 매일 열심히 기름을 짜낸다.

기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과정은 ‘선별 및 세척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물 세척기에서 깨끗이 샤워한다. 

깨 세척부터 건조, 착유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볶는 온도가 낮아 시간이 긴 편이다. 전통 방식의 기름은 최소한의 열과 압력으로 한 번만 짜낸다. 공산품에 비해 시간이 많이 들고 원료가 많이 들어가지만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산골에서 그것도 재래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위생이나 품질에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장을 세울 때부터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받는 것을 고려하고 설계했어요. 매달 벤조피렌(지방이 연소하면서 생성되는 발암물질) 검사를 하는데요. 한번도 검출된 적이 없습니다.”

2014년부터 감자 농업을 완전히 접고 참기름 생산과 유통에 집중했다. 온라인 판로를 확장하기 위해 박람회를 활용했다. “박람회에선 고객 반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에요. 유통사 바이어도 만날 수 있고요. 전국 박람회를 돌면서 찜질방에서 자던 기억이 생생해요.”

온라인에서 살아남기 위해 참기름, 들기름 이외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 경쟁 제품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2017년에는 압착하고 남은 깻묵을 활용한 스크럽 화장품을, 올해 7월에는 들기름 막국수 밀키트를 팔았습니다. 정체성을 유지하되 트렌드에 맞춰 계속 새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10월에는 글루텐프리 참깨 빵, 11월에는 김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어떤 일이든 시도하는 건 절대 헛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귀농을 하고, 이전에 제 삶의 경험들이 무용지물이 될까 봐 두려웠어요. 지나고 보니 결국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어린이집 교사를 하며 익힌 화술이나 소통 방식이 지금 사람을 만나고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어떤 일이든 꾸준히 실행하다 보면 빛을 보는 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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