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보다 직원 연수원이 먼저”라는 구자관 삼구회장의 직원 우선주의 

삼구아이앤씨는 건물종합관리, 경비 및 보안, 물류, 단체급식 등 31개 자회사와 4만8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한국 최대의 위탁관리 전문업체다.
창업주인 구자관 회장은 “진심으로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팔순의 그는 현관의 안내원이나 미화원을 마주치면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숙인다. 미화원에 대한 호칭도 ‘선생님’ 혹은 ‘여사님’이다.

구 회장은 임직원의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채용한 인력인만큼 전적으로 역량을 신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회장의 공식 직위는 ‘책임대표사원’으로 자칭하는 까닭이다.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고 자신은 결과에 책임만 지겠다는 것이다.
삼구의 성장은 이런 기업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삼구아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3015억 원. 고객사는 711개 기업에 이른다.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구 회장의 첫발은 초라할 정도로 미약했다. 14살부터 구두닦이, 아이스케키 장사로 가족의 생계를 돕던 그가 청소업에 뛰어든 건 군을 제대한 후부터다. 양철통과 걸레를 들고 광화문 일대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야간고등학교에서 배운 알칼리와 산의 원리를 응용해 염산을 뿌려 누렇게 변한 변기를 깨끗이 닦았다. ‘청소왕’ 구 회장이 개척한 청소대행업의 시작이었다. 청년 구자관은 음식점을 드나들던 샐러리맨의 입소문을 타고 당시 막 들어섰던 빌딩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았다. 청소용 왁스, 약품 등을 제조하는 화학공장도 세웠다. 청소대행에서 시작된 일은 건물경비 업무까지 확장됐다.

비로소 먹고살 만 해졌다고 느꼈을 무렵 불운이 그를 덮쳤다.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고 온몸의 3분의 1이 3도 화상을 입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 몇 달간 치료가 이어졌다. 사업이 중단된 채 병원비까지 쌓여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섰다. 그동안 부인은 평화시장에서 행상을 벌여야 했다.

하루하루 사투 속에서 방황하던 그에게 동아줄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국풍81’이라는 대규모 행사와 더불어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면서 청소용역 입찰 공고가 잇따랐다. 구 회장은 덤핑 입찰로 ‘우주과학박람회’를 따냈다. 이판사판 사업이나 연명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음료수 용기로 등장한 알루미늄 캔이 뜻밖의 소득원이 됐다. 몇 만 개씩 쏟아져 내버리기 바빴던 깡통을 10원씩 쳐주겠다는 업자가 나타나면서다.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구 회장은 점차 경비, 시설관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잇따른 M&A(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2015년 미국 뉴저지와 델라웨어에 물류센터를 설립해 배송대행업에도 진출했다.

삼구아이앤씨는  충북 단양에 연수원을 개장했다. 임직원의 교육연수와 휴양을 위한 공간이다. 구 회장은 “사옥은 없지만 직원의 복지가 급하다는 생각에 연수원부터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