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겠다" 12년 전 은퇴 후 다시 종신계약
건강 비결? 무조건 움직이는 것…친구와 실버타운 10바퀴씩 돌아
경기도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원주 내과 과장은 1926년생으로 올해 94세다.
한씨는 12년째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9시 출근해 하루 20여명의 환자를 둘러보고 처방을 내린다. 그는 "오전에 회진하고 환자 증상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오후에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데 페이스북 열어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5층 병실로 올라간 한씨는 누워 있는 환자를 보면 "일어나보라"고 권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수치를 조정하고 환자의 산소마스크를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이 병원 나숙희 상담실장은 "한 과장님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진료하시니 환자들이 잘 따른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현직에서 일하는 최고령 여의사일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남편과 함께 미국에 유학 가서 내과 전문의를 땄다. 귀국해서 개업해 돈도 벌 만큼 벌었다. 그러나 40년 전쯤 남편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계기로 잘나가던 병원을 접고 의료선교의원을 운영하며 어려운 환자들을 무료 진료했다. 12년 전 거기서도 은퇴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83세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건강 비결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바쁘게 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후 5시 30분 저녁을 먹고 실버타운 친구들과 함께 사는 건물을 10바퀴씩 돈다고 했다. 한 바퀴에 100보라 1000보를 걷는다고 했다. "그걸로는 부족해서 시간만 나면 걷는다"고 했다. 주말에 서울 집에 갈 때도 딸이 차를 갖고 데리러 온다는 걸 마다하고 병원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는 것이다. 지난해 9월까지는 서울 집까지 2시간 거리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녔다.
한씨는 환자들에게도 움직일 수 있으면 무조건 움직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옛날에는 '무조건 쉬라'고 했는데 누워만 있는 환자가 빨리 숨지더라. 살아 있는 동안엔 움직이면서 자기 할 일 하면서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보다 무서운 것이 치매인데, 할 일 없이 우두커니 있으면 치매가 빨리 온다"고 했다.
한씨는 마음가짐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기쁘게 살면 우리 몸에서 엔도르핀이 나와 병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혈압도 높고 심장과 콩팥도 좋지 않고 녹내장까지 있다. 나이 들면 병이 전혀 없는 사람은 없다"며 "그런 것은 약으로 조절하면서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